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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강 댓글 0건 조회 1,032회 작성일 20-07-1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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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란(風蘭)

 

   나는 아파트 발코니에 많은 화분을 가꾸고 있다. 이 화분들은 짧게는 몇 년 전부터 길게는 몇십 년 전부터 정을 나누며 살아온 꽃들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아껴온 화분은 내가 교장으로 승진되었을 때 가까운 친구가 보내준 대엽풍란이다. 자연에서 자란 풍란은 아니고 배양으로 기른 풍란이다. 그렇지만 풍란은 풍란이고 우리 집에 와서 물을 주고 적당한 햇빛이 비치는 곳에 자리를 배치하여 정성껏 기른 결과 한 삼 년 후에 뾰족하고 실한 꽃대가 올라온 것 아닌가. 나는 풍란 꽃을 상상하며 얼른 꽃대가 커서 꽃이 피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꽃대는 크는지 그대로인지 알 수 없을 만큼씩 자라고 있었다. 꽃대가 자라면서 꽃 몽우리가 꽃대를 따라 생기기 시작했다. 기다리기를 한 달여가 지나서야 드디어 꽃이 피기 시작했다. 이 풍란은 나의 사랑을 뜸뿍 받고 자랐으며 나에게 아름답고 향기로움을 선물해 주었다.

   이 꽃은 해마다 예쁘고 향기로운 꽃을 세 대나 내어 한 달 가까이 우리 집을 환하게 밝혀주고 은은한 향기로 가득 채워주니 정이 많이 가는 꽃이었다. 그런데 꽃이 다 진 어느 날 쟁반 화분에 참나무 숯으로 꾸며진 화분에 심어졌던 풍란이 없어지고 예쁜 모양의 납작한 도자기 화분에 돌을 올려놓고 그곳에 풍란을 붙여 놓았다. 집사람이 옛날부터 좋은 화분에 옮겨 심자고 제안했으나 나는 지금의 상태가 풍란이 살아가는데 가장 알맞은 환경이니 그대로 두는 것이 풍란에게 좋은 일이지 잘못하면 죽일 수 있다고 반대했다. 그런데 오늘 사고를 치고 말았다.

   나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숯은 버렸고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으니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해서 잘 자라기만을 기원하며 종전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며 사랑을 쏟았다. 그러나 풍란은 그 새파랗고 반짝거리던 잎은 점점 윤기를 잃고 시들어가더니 제일 아래쪽 잎부터 누렇게 변하더니 말라 비틀어지고 결국은 떨어져 버린 것 아닌가. 안타까움에 별별 고생을 하며 살려보려고 애썼으나 점점 힘은 없어지고 하나 둘 잎은 떨어지니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결국 내가 가장 아끼던 풍란은 시체만 남고 말았다.

 

   나는 이 일이 있는 후 집사람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사람도 해마다 예쁘게 피는 풍란을 좋은 화분에서 자라서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사람의 생각과 식물의 생각이 같을 수 없고 아무리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 할지라도 식물의 생각을 알 수 없음을 깨닫지 못했는지 참 안타깝기만 하였다. 지금까지 쾌적한 환경에서 따뜻한 손길로 보살핌을 받으며 사랑을 느끼고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낯설은 환경이 되어 적응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고통을 겪으며 살아갔을 풍란을 생각하니 인간의 오만과 욕심이 얼마나 원망스러웠고 저주스러웠을지 인간은 께닫지 못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존재는 그 자신의 방식으로 그 자신의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그러기 때문에 나만의 편리나 이익을 위해 남을 간섭하고 통제하고 지배해서는 안 된다. 개인과 다른 모든 존재와의 관계는 서로 균형을 이루고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안정된 상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들은 경제발전이란 신화에 도취되어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조화와 균형이 깨지면 상상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긴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도 인간과 자연 사이에 균형과 조화가 무너져 일어나는 현상이다. 결국 자연이 무너지면 인간도 함께 무너지고 말 것이다.

 

   나는 지금은 아름답게 꽃피우고 그윽한 향기를 내뿜었던 풍란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아쉽고 허전한 내 마음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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