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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해강 댓글 0건 조회 1,034회 작성일 20-08-20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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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금자리

 

  내가 어렸을 때 시골에 살면서 해마다 봄이 되면 제비가 날아와 처마 밑에 집을 짓고 알을 낳아 새끼를 길러 가을이 되면 어디론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 해에도 어김없이 다시 찾아오곤 했다.

   제비들은 꼭 두 마리가 날아와 저마 밑에 살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입에 묽은 흙과 마른 풀잎을 섞어서 입에 물고 와 처마에 거꾸로 매달려 온몸을 바르르 떨며 죽을 힘을 다하여 입에 물고 온 흙을 붙여 나갔다. 암수가 번갈아 가며 눈코 뜰 새 없이 흙을 물고 와 집짓기를 시작한 지 열흘에서 보름 사이에 완성한다. 너무 빨리 집을 지으면 묽은 흙이 마르지 않아 무너져 버리기 때문에 묽은 흙과 마른 풀을 섞어 끈끈한 자신의 침을 뱉어 단단하게 굳고 빨리 마르도록 하는 걸 보면 지혜가 대단하다. 우리 조상들도 집을 지을 때 찰흙과 짚을 섞어서 초벽(初壁)을 바르고 지붕도 덮었다.

   집이 다 지어지면 제비 부부는 알을 낳아 품어주고, 새끼가 나오면 먹이를 물고 와 새끼를 키운다. 새끼가 어릴 때는 작은 곤충을 잡아 와 새끼를 기르고 어느 정도 새끼가 크면 잠자리 같은 큰 벌레를 잡아 온다. 어미가 오면 새끼 제비들은 저마다 먼저 먹이를 얻어먹으려고 노란 주둥이를 내밀며 어미를 향하여 강렬한 몸짓을 한다. 그러나 어미 제비들은 어김없이 차례대로 먹이를 주어 새끼를 기른다.

   까치들은 높은 나무 위에 가늘고 단단한 나뭇가지를 물고 와 얼기설기 엮어서 태풍에도 끄덕하지 않은 집을 짓고 살며 딱따구리는 자신의 단단하고 뾰족한 부리로 수만 번의 도끼질을 하여 나무에 구멍을 파서 안전하고 포근한 보금자리를 만들고 물총새는 땅이 무너져서 절벽이 되어 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곳에 구멍을 파서 산다. 어떤 새는 예쁜 집을 지어놓고 암컷을 유혹하여 짝짓기하고 함께 살고, 뻐꾸기는 붉은 오목눈이나 딱새의 집에 알을 낳는다. 뻐꾸기는 남의 집에 알을 낳으면서 붉은 오목눈이나 딱새의 알을 없애버린 만큼 자기 알을 산란하여 다른 새가 부화하여 기르게 한다. 동물들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보금자리를 짓고 살아간다.

  나는 오늘도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아이들을 위하여 새벽부터 일터에 나가 오뉴월 뙤약볕이 내리쬐는 건설현장에서 하루를 마쳤다. 우리 같은 건설 노동자들은 오직 내 팔다리와 같은 육체적 활동을 통하여 수입을 얻고 그 수입으로 살아가야 하므로 지금 같은 때와 추운 겨울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하루의 일을 마치고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 온몸에 묻은 먼지와 땀을 씻고 아내가 깨끗이 빨아놓은 옷을 갈아입으면 어느새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며 재롱을 부리는 아이들을 보면 내일을 위한 새로운 힘이 솟구친다.

   그런데 온 식구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데 아내가 어두운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 우리 집 전세 만기가 석 달 밖에 안 남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집주인이 전화로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으며 더 살려면 전세금을 천만 원을 올려달라고 하였다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야기를 하였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고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나는 언제나 이런 고통을 겪지 않고 내 집에서 온 가족이 오순도순 살 수 있을까? 우리 같은 형편에 처한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내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이런 걱정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 내 자신이 한심스럽기만 하였다. 그러나 이런 내색을 하기도, 할 수도 없었다. 나 때문에 우리 가족이 불안해지고 슬퍼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걱정을 해 보아야 아무런 소용이 없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에게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을 남기고 내일을 위하여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아내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는 나를 안타까워하며 꼭 껴안아 주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의. . 주라고 한다.

  그런데 요사이 우리나라의 화두가 온통 집값 문제가 핫 잇슈(hot issue)가 되었다. 집값 문제는 요즈음뿐만 아니라 항상 있었던 일이나 정부가 집값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같은 문외한은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쪽의 대책도 이해가 안 된다. 자기들의 주장대로 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고 주거 안정을 이룰지도 믿을 수가 없다. 내가 생각기에는 상대방을 흠집 내서 자기들의 이익을 얻으려는 것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고 집 없는 서민들의 고충을 눈꼽 만큼이라도 위한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되었을까? 문제해결의 본질은 사라지고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위선만이 난무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그지없다.

   거기에 더해서 한 사람이 집을 수십 또는 수백 채씩 소유하여 집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어 이들이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모르겠다. 돈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어렵게 만들지는 않는지 반성해볼 일인 것 같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장경제 원칙에 의해 자신의 재산형성을 누가 시비할 일은 아니지만 이로 인한 사회문제가 극심하고 많은 국민이 주거불안에 처한다면 이것은 국가의 책무를 다한 것이라고 볼 수 없지 않을까? 혹여라도 국가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측이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책무를 못 본체하거나 방기(放棄)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볼 일이다.

 

   모든 국민이 성실하게 일하면 언제든지 새들처럼 가족들이 안전한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하루빨리 이런 문제가 잘 해결되어 모든 국민이 주거의 불안 없이 편안하고 포근한 보금자리에서 온 가족이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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